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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LUMNI ASSOCIATION

의술을 나누다: 고대교우의료봉사회... 의료 봉사로 걸어온 50년 한길

2026-09-22
조회수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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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을 나누다: 고대교우의료봉사회... 의료 봉사로 걸어온 50년 한길 



국내는 나, 해외는 남편이(1976~2026)

제 의료봉사의 뿌리는 1976년 서울 시흥동 산동네에 자리했던 전진상의원이었습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뜻으로 세워진 그곳에서 평복을 입은 수녀님들, 약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의사는 사람을 살리고 섬기는 직분’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남편 최병한(의학68) 선생과 결혼할 때도 저희는 작은 약속을 하나 나누었습니다. 해외는 남편이, 국내는 제가 맡아 각자의 자리에서 평생 의료봉사를 이어가자는 약속이었습니다. 그 약속대로 남편은 2004년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중국 쓰촨, 아이티, 필리핀 타클로반, 네팔 등 세계 곳곳으로 달려갔고, 저는 이 땅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50년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의사는 소외된 이웃이 있는 곳으로 가야, ‘힐링투게더 해피투게더’

한 기자가 제게 “대한민국은 의료보험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인데 굳이 의료봉사가 왜 필요하냐”고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불법 체류자, 쪽방촌 노숙인, 중증 장애인들은 여전히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봉사를 위한 봉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의사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

2008년 이향애(의학65) 선배가 부인과 진료를 맡아 줄 의사를 찾던 그 부름이 제 평생의 방향을 바꾼 만남이었습니다. 1998년 모교 의대 여자교우회의 무료 진료 사업에서 시작해 2014년 정식 출범한 고대교우의료봉사회에서, 저는 이동식 ‘일일 종합병원’의 원장을 맡았습니다. 새벽부터 청소와 의약품 운반, 환자 안내까지 도맡아 준 교우회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힐링투게더, 해피투게더’라는 말처럼 봉사는 결코 혼자서 이룰 수 없는 일입니다. 나에게 찾아온 환자는 나와 똑같은 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평생을 바쳐 배운 나눔의 전부였습니다. 사랑하는 고대의대 후배들에게도 오직 하나, 어떤 순간에도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참된 의사가 되어 달라는 당부를 전하고 싶습니다.

-최경숙(의학68) 고대교우의료봉사회 명예단장


화상 입은 난민 소녀 치료 못해, 다시 태어나면 외과 의사 되고파

의료봉사를 하며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던 곳은 2017년 찾았던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이었습니다. 콕스 바자르 인근 철조망 안 100만 난민 거주 지역의 위생과 의료 환경은 참담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의 얼굴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세살 때 입은 화상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팔과 관절이 굳은 아이였습니다. 여러 도움으로 아이는 한국에서 수술과 피부 이식을 받았습니다. 굳었던 팔을 펴고 웃던 아이를 보며,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소아과 대신 외과를 전공했더라면 칼을 잡고 더 많은 이를 직접 수술해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다시 태어나면 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혼잣말을 하곤 했습니다.


암투병, 가족에게 남은 미안함과 고마움

결혼 50주년, 세 자녀 앞에서 “해준 것이 없어 늘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라 주었습니다. 세 차례 암투병으로 쇠약해진 아내를 위해, 몇 년간 출근 전 밥상을 차리며 곁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저 역시 말기암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곁을 지키는 시간도 하나님이 제게 주신 몫이라 믿습니다.

고대교우의료봉사회가 모교의 이름을 빛내온 데 각별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려웠던 시절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이름 모를 도움 위에 세워졌습니다. 우리가 가진 의술과 온기를 가난하고 아픈 이웃과 나누는 일은 우리가 마땅히 갚아야 할 사랑의 빚입니다.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참된 후배 의사들이 이어지기를, 병상에서 간절히 기도합니다.

-최병한(의학68)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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